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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스토리

섹스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by 별동별 2020. 3. 7.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반드시 사라지게 되어 있다밀월은 항상 끝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사랑에 빠진 커플이 하나가 돼서 느끼는 황홀경도 무참히 깨어지게 되어 있다.

 

사실 사랑에 빠지는 일에는 아무런 노력도 필요 없다게으르고 무절제한 사람도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처럼 사랑에 빠질 수 있다사랑에 빠지는 일은 의지에서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단 사랑에 빠지게 되면 사람들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고 고지는 이미 정복되었기 때문에 더 높이 올라가야할 필요성도또 더 높은 곳도 없을 것이라고 느낀다더 이상 성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지금 있는 그 자리에 완전히 만족하는 것이다그래서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생각한다사랑이 변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완벽한 것 같은 사랑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서서히 식어만 간다마치 우리를 끝까지 돌봐줄 것만 같았던 신이 어느 날, ‘그동안 잘 지냈지이제 너희들끼리 잘해봐라!’라고 말하면서 내쫓아버린 기분이다사랑의 달콤함에 빠져서 그것을 즐길 줄만 알았지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쫓겨난 것이다.

 

이때부터 전혀 달콤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그러면서 두 사람이 결코 하나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아주 소소한 일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남자는 섹스를 원하는데 여자는 원하지 않고 여자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데 남자는 집에서 TV를 보기 원하고 여자는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남자는 바깥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하지만 이런 일들이 서로 일치한다 해도 그것이 두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아도 황홀할 수 있던 밤은 이미 지나갔다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조금씩 불편해진다그 사람의 완벽하지 못한 점이 보이면서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자신의 몸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면서 섹스가 불편해지고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분명히 함께 있는데도 외롭고 삶 자체가 권태롭고 따분하기만 하다그냥 틀에 박힌 일상을 보내면서 무료해질 뿐이다.

 

그동안은 일시적이긴 하지만 개별적인 정체성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파트너와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고 행복했다그런데 자아 경계선이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함께 있어도 지루하게 느껴지면서 다시 외롭게 된 것이다.

 

그동안 너무 쉽게 행복을 얻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이제 노력이 필요하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또다시 두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두 사람이 성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뒤늦게나마 서로의 감각을 깨워주어야 하고 충분한 스킨십을 필요로 한다사랑의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른 것은 예전과 똑같이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단지 섹스가 문제다그렇다고 섹스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예전과 똑같이 섹스를 해도 파트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 자신도 만족스럽지 않다뭔지 모르지만 섹스 자체가 불편해지고 지루하게 느껴진다하나가 되었다는 일체감도 사라지고 욕구만 배설하는 기분이다.

 

흔히 이런 현상을 권태기라고 하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적당히 넘어가지만 그것이 바로 갈등의 시작이다사전적 의미로 보면 권태기는 부부나 연인 간에 서로에 대해 흥미를 잃고 싫증이 나는 시기라고 되어 있다과연 서로에게 흥미를 잃고 싫증이 나는 것일까그런 것이 아니다설레고 들뜨는 흥분감이 사라진 것뿐이다그렇다면 설레고 들뜰 수 있도록 흥분을 시켜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예전에는 안 그랬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데 별 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괜히 투정을 부리게 된다매력적으로 보이던 것이 단점으로 보여 그것을 지적하게 된다전에는 작은 선물에도 감동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런 선물도 돈이 아깝기만 하다.

 

성격 탓이라고 말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혼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양보도 잘했는데 이제는 양보는커녕 강압적으로 양보하라고 요구한다그러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전혀 성적이지 않는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는 불만행복하지 못하다는 절망감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한 분노가 사람을 인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틈만 나면 서로 부둥켜안았고 눈만 맞으면 입을 맞추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조금씩 멀어져가는 파트너를 보면서 괜한 의심도 해본다.

 

하지만 이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역시 사람이다원래 성격이 못됐다거나 고집스러웠다고 하면서 파트너를 비난한다비난을 피하기 위해 서로에게 무관심하기도 한다이때 섹스가 줄어들고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가 달라졌다는 둥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둥성적 반응이 없다고 불만을 말하고 여자들은 남자가 집에 들어와서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둥너무 이기적이라고 하면서 그저 섹스밖에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두 사람이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면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하지만 갈등은 섹스에서 시작했는데도 사람들은 섹스를 말하지 않는다물론 섹스를 말한 적도 있다결과는 서로를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그래서 서로의 인격을 모욕하다가 결국 서로를 경멸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섹스와 연관된 에로틱한 일이라는 것을 모른다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성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우리가 설레고 황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성적인 활동이다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역시 사랑이라는 말에 포함되는 일체의 행동은 모두 성욕의 표현이라고 말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사랑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성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성적으로 생기는 문제는 성적인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그런데도 성적인 것을 피하고 서로의 성격이나 생활태도만 바로 잡으려고 한다그것이 바뀐다고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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